종중유사단체가 선산을 팔겠다고 할 때, 고유 종중원이 취할 수 있는 법적 대응
종중유사단체란 무엇인가

필자가 종중 사건을 수행하다 보면, 의뢰인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이 있다.
"몇몇 사람이 종중을 만들었다고 하면서 선산을 팔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 몇몇 사람이 만든 단체가 바로 종중유사단체다.
종중유사단체란 공동선조의 후손 중 일부만으로 인위적으로 조직된 단체를 말한다.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후손, 특정 항렬의 후손, 혹은 남자 세대주만을 구성원으로 정해놓고 나머지 후손은 배제한 채 활동하는 경우가 전형적이다.
종친회, 화수회, 문중계 등의 명칭을 쓰기도 한다.
고유 종중은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법원은 고유 종중을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종원 상호 간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체로 본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공동선조의 후손이라면 성별과 관계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종원이 된다.
임의로 누군가를 빼거나 넣을 수 없다.
문제는 이 차이를 이용하는 데서 시작된다.
고유 종중과 종중유사단체, 법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실무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유형은 이렇다.
공동선조의 후손이 수십, 수백 명에 달하는데, 그중 특정 파(派)의 몇몇 사람이 자기들끼리 모여 종친회 규약을 만들고, 대표자를 선출하고, 종중 재산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다른 후손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대법원은 이런 단체를 고유 종중이 아닌 종중 유사의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 분류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8다264628 판결).
종중유사단체는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므로, 고유 종중처럼 관습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구성원 자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 종중보다 조직의 자유도가 높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고유 종중의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특히 대법원은 종중유사단체를 표방하면서 그 단체에 권리가 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 그것이 고유 종중의 요건을 우회하거나 특정 종원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은 아닌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16411 판결).
그렇다면 이 구별이 재산 문제에서 어떤 실질적 차이를 만들어낼까?
종중유사단체의 명의신탁은 보호받지 못한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제8조는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을 종중원 개인 명의로 등기한 경우, 조세 포탈 등의 목적이 아닌 한 명의신탁의 효력을 인정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종중 명의로 등기할 수 없었던 역사적 사정을 고려한 예외 규정이다.
여기서 핵심은 이 특례가 고유 종중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종중유사단체의 명의신탁에는 부동산실명법 제8조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종중유사단체가 개인 명의로 등기해둔 부동산은 부동산실명법상 무효인 명의신탁이 될 수 있고, 이 경우 그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자체가 흔들린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일부 후손이 종중유사단체를 내세워 선산을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건 대부분에서, 명의신탁 특례 적용 여부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쟁점이 되었다.
상대방이 고유 종중인지 종중유사단체인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모든 전략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소유권 문제 이전에, 더 급한 상황이 있다.
상대방이 당장 총회를 열어 재산 처분 결의를 하려는 경우다.
총회결의 무효확인, 재산 처분을 막는 핵심 수단
종중 재산은 종원의 총유에 속한다.
그리고 민법 제276조에 따라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종중 규약 또는 종중총회 결의에 의하여야 한다.
종중 대표자가 총회 결의 없이, 또는 무효인 결의에 기하여 재산을 처분하면 그 행위는 상대방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절대적으로 무효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4다60072 전원합의체 판결).
총회결의가 무효가 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소집통지의 하자다.
종중총회를 열 때는 족보 등에 의하여 소집통지 대상이 되는 종원 범위를 확정한 후, 국내에 거주하고 소재가 분명한 모든 종원에게 개별 통지를 해야 한다.
일부 종원에 대한 소집통지 없이 개최된 총회의 결의는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9다32257 판결).
2005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는 여성 종원에게도 반드시 소집통지를 해야 하며, 여성 종원을 누락한 총회 결의 역시 무효다.
종중유사단체가 고유 종중의 재산을 처분하기 위해 총회를 열었다면, 그 총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결에 참가했거나, 반대로 참석해야 할 종원에게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고유 종중원은 총회결의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결의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
아울러 재산 처분이 임박한 경우에는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병행하여 실질적으로 처분을 차단해야 한다.
고유 종중원이라면 지금 해야 할 일
종중유사단체가 움직이고 있다면 시간이 촉박하다.
재산이 제3자에게 넘어가고 나면, 설령 총회결의가 무효라 하더라도 소유권을 되찾는 과정은 몇 배로 복잡해진다.
필자가 이런 사건을 맡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상대방 단체가 고유 종중인지 종중유사단체인지를 확정하는 작업이다.
족보를 통해 공동선조의 후손 범위를 파악하고, 상대방 단체의 규약과 구성원 명단을 대조한다.
여기서 배제된 종원이 확인되면, 그 단체는 고유 종중이 될 수 없다.
다음으로 문제된 총회의 소집통지 절차와 참석자 명단, 의결 내용을 확인한다.
통지 범위에 하자가 있으면 결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고, 재산 처분 결의가 포함되어 있다면 가처분으로 집행을 막는다.
종중 사건은 증거가 흩어져 있다.
때문에 족보, 호적, 토지대장, 임야조사부, 종중 회의록 등을 수집하여 하나의 서사로 엮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필자는 종중 총회에도 직접 참석하여 절차적 하자가 없도록 진행을 통제하고, 회의록 작성과 공증까지 마무리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종중유사단체와 소종중은 같은 개념인가?
A1. 다른 개념이다. 소종중(小宗中)은 대종중 내 특정 중시조의 후손들로 구성되는 자연발생적 단체로, 고유 종중의 성격을 가진다.
반면 종중유사단체는 인위적 조직행위를 거쳐 일부 후손만으로 구성된 단체다.
핵심적인 차이는 구성원 범위가 자연발생적으로 정해지느냐, 인위적으로 제한되느냐에 있다.
법원은 이 구분을 엄격하게 심사한다.
Q2. 종중유사단체가 이미 재산을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에도 되찾을 수 있는가?
A2. 총회결의 없이 또는 무효인 결의에 기하여 이루어진 재산 처분은 원칙적으로 절대 무효이므로, 매수인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명의신탁 상태에서 수탁자 개인이 처분한 경우에는 대외적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있으므로, 매수인이 수탁자의 횡령행위에 적극 가담하지 않는 한 소유권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Q3. 종중유사단체의 대표가 종중 대표를 사칭하여 재산을 처분하려는데, 형사 고소도 가능한가?
A3. 가능하다. 적법한 대표권 없이 종중 대표를 사칭하여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횡령 또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민사적으로 총회결의 무효확인과 처분금지가처분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형사 고소를 병행하길 권한다.
종중유사단체 문제는 단순한 민사분쟁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유 종중의 실체를 확인하고, 상대방 단체의 법적 성격을 규명하고, 총회결의의 하자를 입증하고, 명의신탁 특례 적용 여부를 따지는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족보 분석, 호적 조사, 토지대장과 임야조사부 해독까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필자는 종중 사건을 다수 수행해오면서, 종중 총회 참석부터 소송 전략 수립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해왔다.
일부 후손이 종중 재산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상황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한번 연락 주기 바란다.
작성: 이환권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