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 명의신탁 해지, 내 땅이라 우기는 종원에게서 선산을 되찾은 실제 사건
등기부에 없는 진짜 주인
필자는 35년 넘게 부동산 소송을 해왔다.
그중에서도 종중 사건은 유독 마음이 무거워지는 분야다.
상담실에 오시는 분들의 사연은 대부분 비슷하다.
조상 대대로 시제를 지내온 선산인데, 등기부를 떼어보니 돌아가신 종원 개인 명의로 되어 있고, 그 자손이 자기 땅이라 우기며 팔아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억울하지만 등기부상 명의가 남의 이름이니,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원인은 역사에 있다.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 당시에는 종중이라는 단체 명의로 토지를 사정받을 방법이 없었다.
해방 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전·답 같은 농지는 농지법상 종중 명의 등기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종원 중 믿을 만한 사람 이름으로 등기해두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관행이었다.
문제는 세월이 흘러 명의를 맡긴 세대가 모두 세상을 떠난 뒤에 터진다.
명의수탁자의 자손들이 명의신탁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중은 법적으로 땅을 되찾을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다만 쉽지 않다.

종중 명의신탁, 왜 유효한가
종중의 명의신탁은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법적 근거를 먼저 짚어보겠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을 원칙적으로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제4조).
그런데 제8조에서 종중, 배우자,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특례를 두었다.
조세 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법령상 제한 회피 목적이 아닌 한 종중의 명의신탁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특례가 있기 때문에 종중은 언제든 명의신탁약정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소유권에 기한 등기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대법원 91다34387 판결).
50년 전, 100년 전에 맡겨둔 땅이라 해도 시효 문제로 포기할 필요가 없다.
법적 근거는 분명하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것은 법률 해석이 아니다.
소송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
핵심은 단 하나, 해당 토지가 종중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증거로 입증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종중과 등기명의인 사이에서 명의신탁 여부가 다투어질 때,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대법원 99다11397 판결).
등기 경료 당시 유기적 조직을 갖춘 종중이 존재했는지
토지가 종중 소유로 된 경위가 직접 증명되는지
등기명의인과 종중의 관계는 어떠한지
선조의 분묘 설치 상태와 수호 실태는 어떠한지
토지의 관리 상황과 수익 귀속·세금 납부 관계는 어떠한지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러 정황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법원이 종중 소유라고 인정한다.
실무적으로 가장 강력한 증거는 임야조사부나 토지조사부다.
일제강점기에 작성된 이 문서에 사정인이 누구로 기재되어 있느냐가 판세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 족보, 종중 회의록, 제실 건축 기록, 시제·벌초 자료, 인근 토지의 종중 명의 등기 현황 등이 보조 증거로 기능한다.
문제는 이 자료들이 수십 년, 길게는 100년 넘은 기록이라는 점이다.
증거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전투다.
필자가 직접 수행한 사건을 통해 그 과정을 보여드리겠다.
[실제 사건] 1910년 임야조사부가 판세를 뒤집었다

경기도 북부에 선산을 보유한 한 종중의 사건이다.
이 종중은 일제강점기 임야조사 당시 종원들 명의로 양주시 일대 산림을 사정받았고, 한국전쟁 후 지적복구 과정에서 종원 공동명의로 명의신탁 등기를 했다.
1984년경 대부분의 위토를 종중 명의로 회복했으나, 일부 토지가 특정 종원의 후손 명의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후손은 선대가 개인적으로 매수한 땅이라 주장하며 종중 명의 이전을 거부했다.
게다가 해당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수억 원을 대출받고, 제3자에게 매도까지 시도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필자는 이 사건에서 1910년경 작성된 임야조사부를 핵심 증거로 활용했다.
임야조사부에 기재된 사정인은 명의수탁자 본인이 아니라 종중 소속 종원들이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보존등기 명의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사정받은 사실이 밝혀지면 보존등기의 추정력은 깨진다(대법원 95다46654 판결).
상대방이 적법한 취득 원인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구도로 전환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①인근 토지 대부분이 이미 종중 명의로 등기되어 있다는 점,
②종중이 1980년부터 규약을 제정하고 제실을 건축해 매년 시제를 지내온 점,
③다른 종원들은 모두 명의신탁 관계를 인정하고 순순히 이전등기에 응했다는 점을 종합 증거로 제출했다.
소송 전 단계에서 종중총회 소집 절차도 면밀하게 자문했다.
143명의 종원에게 소집통지를 발송하고, 101명에게 도달을 확인한 뒤 총회를 개최해 소송 결의를 얻었다.
피고 측이 총회 하자를 문제 삼아 소 각하를 주장할 여지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상대방은 자신의 부친이 매매로 취득한 토지라고 반복 주장했지만, 매매계약서 한 장 제출하지 못했다.
오랜 기간 세금을 납부했다는 주장도 2017년부터의 기록뿐이어서, 최초 등기 시점과는 무관한 자료에 불과했다.
결국 상대방의 주장은 하나도 증거로 뒷받침되지 못했다.
종중 명의신탁 해지 소송은 이처럼 100년 전 기록을 찾아내고, 흩어진 증거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꿰어내는 싸움이다.
증거가 완성되면 결과는 따라온다.
수탁자가 땅을 팔아버렸다면
가장 급박한 상황은 명의수탁자나 그 상속인이 종중 토지를 제3자에게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한 경우다.
종중의 명의신탁은 유효한 명의신탁이므로, 수탁자가 종중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99도5227 판결).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만으로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명의신탁과는 확연히 다르다.
민사적으로는 최초 보존등기가 원인무효인 경우, 그 뒤에 이루어진 소유권이전등기나 근저당권설정등기도 연쇄적으로 무효가 되어 말소를 구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사건에서도 금융기관의 근저당권 말소까지 청구했다.
다만 시간이 생명이다.
제3자에게 완전히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에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적이다.
종중 땅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불리해진다.
그렇다면 이 복잡한 싸움을 누구와 함께 해야 하는가?
여기서 한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말씀드리겠다.

종중을 아는 변호사가 많지 않은 이유
종중 사건은 일반 부동산 분쟁과 달리 사건 수 자체가 적다.
변호사들이 실무에서 접하기 어렵고, 접하지 못하니 경험이 쌓이지 않는다.
판례는 많지만 직접 재판을 해보지 않으면 체득할 수가 없다.
족보를 읽으려면 한자 공부가 필요하고, 임야조사부를 해독하려면 일제강점기 행정 문서 체계를 알아야 한다.
공부를 해서 안다고 해도, 사건이 없으면 경험을 쌓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종중을 제대로 아는 변호사가 많지 않다.
필자가 처음 종중 소송을 맡은 것은 다름 아닌 본인의 종중 사건이었다.
홍주 이씨와 신평 이씨 사이에서 조선 시대 시인 이달 선생의 귀속을 두고 족보 분쟁이 벌어졌는데, 상대측 종중이 족보에서 빼라며 소송을 제기해 온 것이다.
그때 왕조실록을 뒤지고, 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질의서를 보내면서 족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필자 쪽 종중의 승소로 끝났다.
이후 여러 종중 사건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경험이 축적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종중 총회에도 직접 참석한다.
종중 재산에 관한 결정이든 소송 제기를 위한 결의든, 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총회를 단순히 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법규정에 맞게 제대로 열어야 한다.
소집통지 범위, 정족수, 의결 방식까지 정확히 안내하고, 사회를 보면서 진행을 통제해야 한다.
파벌이 있는 종중에서는 총회 현장에서 고성이 오가고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경찰이 출동한 총회도 경험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절차적 하자 없이 총회를 마무리하고, 법원과 등기소에 제출할 회의록을 작성해 공증까지 마쳐두는 것.
그것이 총회에 변호사가 참석하는 이유다.
자주 묻는 질문
Q1. 종중 명의신탁 해지에 소멸시효가 적용되는가?
A1. 소유권에 기한 등기청구권은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대법원 91다34387 판결).
다만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채권적 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소유권에 기한 청구권으로 구성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안전하다.
Q2. 종중총회 결의 없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가?
A2. 종중 재산에 관한 소송은 적법한 종중총회 결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의 없이 제기하면 각하 사유가 된다.
소집통지 범위와 방법, 정족수 충족 여부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Q3. 명의수탁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A3. 수탁자의 상속인 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제적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를 통해 상속인을 빠짐없이 특정해야 하며, 상속인이 수십 명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Q4. 종중 토지가 농지인 경우에도 종중 명의로 돌려받을 수 있는가?
A4. 농지법상 농지는 농업인이나 농업법인 등으로 소유가 제한되어, 종중 명의 등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승소 판결을 받고도 등기를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송 전 단계에서 실익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Q5. 수탁자가 종중 땅에 근저당을 설정한 경우 말소가 가능한가?
A5. 수탁자 명의의 보존등기가 원인무효라면 그에 기초한 근저당권도 무효가 되어 말소 청구가 가능하다.
적법한 명의신탁이라 하더라도 종중 재산은 총유물이므로, 총회 결의 없는 수탁자의 임의 처분(근저당 설정 포함)은 절대적 무효에 해당하여 말소를 구할 수 있다.
다만 제3자 보호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있으므로, 처분 징후가 포착되면 처분금지가처분부터 신속하게 신청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산 문제, 더 늦기 전에 방향을 잡아야 한다
종중총회 결의의 적법성 확보, 임야조사부 해독과 사정인 특정, 족보 분석을 통한 종원 관계 입증, 점유취득시효 항변 방어, 농지인 경우 등기 실행 가능성 검토.
종중 명의신탁 해지 소송은 이 모든 쟁점을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 싸움이다.
총회 소집통지에 사소한 하자 하나만 있어도 소 자체가 각하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수탁자 측의 처분 위험은 커진다.
필자는 35년간 부동산 소송을 해오면서 다수의 종중 사건을 직접 수행해왔다.
족보 해독부터 총회 참석, 임야조사부 분석, 소송 전략 수립까지 종중 사건의 전 과정을 경험한 변호사로서, 현재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드릴 수 있다.
지금 종중 땅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상황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한번 연락 주시기 바란다.
작성: 이환권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