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 토지 분쟁, 총회 무너뜨리고 개인이 이기는 법
본 사례는 법무법인(유한) 이현에서 직접 수임하여 처리한 사건으로, 의뢰인 특정 방지를 위해 일부 각색되었습니다.
종중 토지 사건은 다른 부동산 소송과 결이 다릅니다.
역사와 혈연을 앞세운 싸움입니다. 상대가 틀린 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게 법정에서 어떻게 다뤄지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 간극을 파고드는 게 이 사건의 핵심이었습니다.
이 사건, 받아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사건 서류를 처음 펼쳤을 때, 표지 상단에 굵게 박혀 있었습니다.
처분금지가처분 결정
충남의 농지 14필지. 할아버지가 직접 매수하고, 집안에서 매년 시제를 지내온 땅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아무 문제가 없던 땅인데, 가처분이 걸리면 팔 수도 담보로 잡을 수도 없게 됩니다. 갑자기 그 땅이 완전히 묶인 것입니다.
가처분을 신청한 곳은 창립한 지 몇 달도 안 된 종중이었습니다. 종중 측 주장은 이랬습니다.
“이 토지는 원래 종중 재산이고, 선조가 명의만 빌려줬을 뿐입니다.”
종중 토지 명의신탁 주장입니다.
서류를 검토하면서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종중이 소송을 제기하기 불과 몇 달 전에 창립됐다는 것
창립 이후 임시총회를 세 차례나 열면서 서둘러 결의를 쌓아올렸다는 것
소송을 위해 만들어진 종중이라면, 절차를 제대로 밟았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소송을 서두를 이유가 있다는 건, 어딘가 허술한 부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지점을 파고들기로 했습니다.
소유권 싸움은 처음부터 불리합니다.
종중 토지 분쟁에서 소유권 싸움에 올라가면 구조 자체가 불리합니다.
수십 년 전 매매 경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은 소송을 당한 쪽에 넘어옵니다. 종중은 역사와 족보를 무기로 씁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개인에게 불리해집니다. 상대가 원하는 판이 바로 그것입니다.
저는 그 판에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소유권 대신 총회부터 들여다봤습니다.
종중이 소송을 제기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적법한 총회 결의가 있어야 하고,
그 총회는 족보상 종원 전체에게 개별 소집 통보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열려야 합니다.
대법원이 여러 판례에서 못 박아둔 기준입니다. 총회가 무효라면 종중은 소송을 낼 자격 자체를 잃습니다.
소집 통보가 적법했는지 확인하려면 실제 종원 수를 알아야 했습니다. 의뢰인에게 족보를 요청했습니다. 2018년 발간본이었습니다. 이 파에 해당하는 19세 이상 생존 종원을 하나씩 세기 시작했습니다.
600명이 넘었습니다.
종중 측 소집 통보 명부에는 100여 명뿐이었습니다. 여섯 명 중 다섯 명은 연락조차 받지 못한 채, 소수가 모여 결의를 한 것입니다.
종중 총회가 유효하려면?
종중총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족보에 의하여 소집통지 대상이 되는 종원의 범위를 확정한 후, 국내에 거주하고 소재가 분명하여 통지가 가능한 모든 종원에게 개별적으로 소집통지를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34982 판결
이 종중은 처음부터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총회 서류를 더 열어봤습니다. 총회 관련 공식 기록 4가지인 현장 확인 수치, 회의록, 결의서, 참석명부에서 위임장 숫자를 각각 뽑았습니다.
같은 날 열린 같은 총회인데, 문서마다 수십 명씩 차이가 났습니다.
소집 통보가 엉터리였고, 위임장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 총회는 무효였습니다.
서류 16개, 15개는 이 재판과 무관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자 종중 측은 서증 16개를 대거 제출했습니다.
서증 목록을 보는 순간 짐작했습니다. 대부분 소유권을 다투는 자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재판의 쟁점은 소유권이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잡아둔 쟁점은 하나였습니다.
그 총회가 유효했는가?
항목 | 수 |
|---|---|
종중 측 제출 서증 | 16개 |
이 재판과 관련 있는 서류 | 1개 |
기각 신청 | 15개 |
그 자리에서 15개 전부 기각 신청을 했습니다. 재판부가 종중 측을 바라봤지만 반박이 없었고, 기각 신청은 받아들여졌습니다.
이후 재판 내내 종중 측은 쟁점을 바꾸려 했습니다. 소유권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저는 같은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총회가 유효했는가. 재판부도 그 틀 안에서만 심리했습니다.
1심, 승소했습니다.
항소심에서 종중이 증인을 내세웠습니다
종중 측은 항소했습니다. 예상했던 수순이었습니다.
항소심에서 종중 측이 들고 온 것은 새로운 증인이었습니다. 창립총회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종원이었습니다. 소집 통보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진술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증인신문을 준비하면서 족보를 다시 펼쳤습니다. 증인이 알고 있다는 종원의 이름과 족보상 종원 명단을 하나씩 대조했습니다. 진술과 실제 명부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습니다. 소집 통보가 적법했다는 주장은 끝내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도 승소했습니다. 별도로 진행하던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도 이미 1심에서 마무리된 상태였습니다. 세 건 모두 끝났습니다.
종중 토지 소송에서 개인이 이기려면?
종중한테 갑자기 소장을 받으면 대부분 소유권부터 증명하려 합니다. 틀린 반응은 아니지만, 그 판은 처음부터 불리합니다.
이 사건에서 판을 바꿀 수 있었던 건 복잡한 법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판례를 꿰뚫는 논리보다, 족보를 펼쳐서 숫자를 하나씩 센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600명과 100명. 그 차이가 총회를 무너뜨렸고, 총회가 무너지자 소송 자격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종중이 내 땅에 소송을 걸어왔다면, 먼저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상대 종중의 총회 소집 통보 명부를 요청
족보상 종원 수와 통보 인원이 일치하는지 확인
총회 관련 공식 문서(회의록, 결의서, 참석명부)의 수치가 서로 일치하는지 대조
총회에 하자가 있으면, 소유권 싸움 전에 끝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종중이 이긴 케이스가 궁금하시다면, 내 땅이라 우기는 종원에게서 선산을 되찾은 사례를 확인해보세요
